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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싸움이 만든 '걸레 선거법'… 野 "처절하게 막아낼 것"

곽대감 2019. 12. 26. 19:56

밥그릇싸움이 만든 '걸레 선거법'… 野 "처절하게 막아낼 것"

지역구·비례대표 그대로 유지, 30석에만 50% 연동… "민주당과 리틀민주당이 모든 책임"

의원님들, 우리 아이들이 댁들 보고 배워요


▲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4+1 협의체를 구성한 범여권 군소정당의 대표들. 야권으로부터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군소정당들(정의당·바른미래당 당권파·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지난 23일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지역구(253석)와 비례대표(47석) 의석수를 현행 그대로 유지한 채 30석에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 '4+1 협의체'에서 사표 방지와 지역주의 완화를 명분으로 추진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졸속으로 합의되고 본회의에 상정되자 야당은 "국회를 조롱거리로 전락시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4+1 협의체'는 기존 의석수를 유지한 채 비례대표 30석에 대해 50%를 연동하는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중진 의원들 낙선 구제'용이라며 논란의 대상이 됐던 석패율제는 합의 과정에서 폐기됐다. '4+1 협의체'에 참석한 당 대표들은 "대승적 결정을 했다"고 자평했다.

민주당 내부 반발로 원안 '폐기'

합의된 선거법은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됐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4월 '4+1협의체'에서 합의했던 원안과는 사뭇 다르다. '4+1협의체'가 애초에 합의했던 원안은 의석수를 지역구 225석과 비례대표 75석으로 조정하고, 75석에 대해 50%의 연동률을 적용하기로 돼 있었다. 권역별 석패율제를 채택해 군소정당들의 요구도 상당수 반영했다. 이 같은 원안은 "지역구 의원 수는 적지만 정당지지율이 높은 군소정당에 유리한 법안"이라는 평을 받았다. 당시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해 선거법을 떡고물로 줬다"는 비판을 들은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이 합의했던 선거법 원안은 민주당 내부의 반발을 샀다. 의석수가 조정돼 지역구가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자기 지역구가 사라지는데 거기에 찬성해줄 사람이 있겠나"라면서 "지도부가 선거법에 너무 양보를 많이 했다는 말은 지역구가 사라지는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 사이에서도 계속 나왔던 말"이라고 전했다.

당 내부의 반발 조짐이 보이자 민주당 지도부는 '4+1 협의체'에 다른 협의안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75석에서 단계적으로 줄이기 시작하더니 30석까지 내린 안을 협의 대상으로 올렸다. 석패율제는 기존 권역별 2명씩 12명을 적용하기로 했으나 결국 폐기를 주장했다.

호남 기반 군소정당들, 지역구 유지하며 수정안 '찬성'

반면 지역구 의석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며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호남권 의원들의 환심을 샀다. 범여권 군소정당들은 민주당의 태도 변화에 반발하는 듯 했지만 호남계 의원들이 많은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찬성 견해를 나타내며 선거법 개정은 결국 합의됐다.

야권은 민주당과 군소정당들의 행태를 강하게 성토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24일 "민주당과 그 2중대는 밥그릇 이전투구에만 매몰돼 국회를 조롱거리로 전락시켰다'며 "모든 책임은 집권 민주당과 밥그릇 더 내놓으라고 온갖 떼를 쓰며 추한 꼴 보인 리틀 민주당들에게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새로운 보수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통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국민들께 호소할 것"이라며 필리버스터 동참 의지를 밝혔다.

하태경 "민주당과 2중대, 이전투구에만 매몰"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도 "민주당과 민주당 2, 3, 4, 5중대가 근거도 없는 협의체를 만들어 예산안을 날치기한 것도 모자라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과 위헌 소지가 있는 공수처법마저 통과시키려 한다"며 "치열하고 처절하게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4+1 협의체'의 법안 밀어붙이기가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의 기본 취지와 정신은 국회 내에서 거대정당들이 힘과 숫자로만 법안을 밀어붙이지 말라는 의미"라며 "이번 '4+1 협의체'는 원내교섭단체도 아닌 정당들이 여기저기 붙어서 자신의 수를 이루기 위해 이합집산하면서 움직이는 것이다. 군소정당들이 정치적 가치와 선명성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호소해야지 이런 방식은 의회 정당정치를 말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오승영 기자 2019-12-2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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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한국당 창당하면 범보수 152석 확보" 민주당 내부 문건 공개

김재원 의원, 민주당 내부 문건 입수…"민주당도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보고서"

발등에 불똥 떨어진 민주당

▲ 지난 24일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선거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례한국당 창당을 공식화 했다. ⓒ뉴시스

비례한국당(가칭)이 창당되고 개정된 선거법으로 내년 총선을 치를 경우 범야권 세력이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확보할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내부문건이 공개됐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한국당의 창당을 공식화 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민주당도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부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재원 의장이 공개한 문건의 제목은 '비례위성정당 관련 검토자료'다. 이 문건은 국회 의석을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으로 가정하고 비례의석 30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해 내년 총선 의석수를 전망했다. 실제 4+1 협의체에서 상정한 선거법 개정안과 비례대표 3석의 차이가 있을 뿐 전제조건이 같다.

해당 문건은 비례한국당이 없이 개정된 선거법으로 총선을 치룰 경우를 상정해 의석수를 집계했다. 정당 득표율을 민주당 40%, 한국당 35% 정의당 10%, 잔여 정당(15%)로 가정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은 125~128석을 확보하고 한국당이 110~112석, 정의당이 15~19석을 얻는다. 범여권 정당들의 의석이 쉽게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례한국당 창당하면 30석 확보, 민주당 비례의석은 '0' 석

하지만 비례한국당이 창당된 시뮬레이션 결과는 달랐다. 해당 문건은 비례민주당이 없다는 가정하에 정당 득표수가 민주당 40% 한국당 0%, 비례한국당 35%, 정의당 10%, 새로운보수당 5%, 우리공화당 5%로 가정하고 의석을 집계했다. 그 결과 민주당은 지역구에서만 120석을 얻고 비례대표를 한 석도 얻지 못했다. 한국당은 105석의 지역구를 얻고 비례한국당이 30석을 확보해 135석을 확보했다. 이어 범야권 정당인 새보수당이 10석 우리공화당이 7석을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범야권이 152석으로 과반수를 확보한다.

문건은 이러한 시뮬레이션을 분석하며 "현재 여론조사 경향을 보면 21대 총선에서 3% 이상 득표율 가능 정당은 정의당과 새로운보수당, 우리공화당으로 예상"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민주당 지역구 잠식 구도로 범여권의 전체 의석수 변화 영향은 미비 예상"이라며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했다.

해당 문건은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범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경우를 분석하기도 했다. 문건에서는 "(한국당 내부의)공천 반발에 따른 탈당자 중심으로 영남신당이 창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연동형 비례에 유리한 정당이 범보수 진영에 다수 분포하는 선거 지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오승영 기자 2019-12-25 11:58)


3악장 Menuet & trio, Modera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