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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부족해 지팡이 짚고 왕진가는 프랑스 99세 의사

곽대감 2020. 5. 19. 22:10



 

 

 

 

 

“코로나19로 의사가 부족하다.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

 

프랑스 파리 외곽 쉐비-라뤼에는 일주일에 한 번 지팡이를 짚고 왕진에 나서는 고령의 의사가 있다. 두 달 뒤 100세가 되는 프랑스 최고령 의사 크리스티안 슈나이(99·사진)다.

 

  2020년 4월 자신의 진료실에서 인터뷰 중인 프랑스 최고령 의사 크리스티안 슈나이(99). [로이터=연합뉴스]

  

BBC에 따르면 슈나이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발하게 의료 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되는 위기 속에 환자를 방치할 수 없다는 신념에서다.

 

슈나이가 운영하는 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환자 2명이 마스크 등 의료보호 장비를 내놓으라며 위협한 사건이 문제가 됐다.

 

사건 이후 슈나이는 감염 증세가 나타나 2주 동안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코로나19 검사는 받지 않았지만, 다행히 증상이 호전됐다. 그는 한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자연 치유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에도 환자 진료를 위해 왕진에 나선 프랑스 최고령 의사 크리스티안 슈나이. [로이터=연합뉴스]

  

자가격리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곧바로 진료를 재개했다. 다만 감염 위험을 고려해 전화와 온라인을 이용해 진료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요양원 환자를 위해서는 방문 진료도 한다. 1951년부터 인연을 맺은 곳이다. 그도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야만 걸을 수 있지만, 누구의 도움 없이 직접 차를 몰고 환자를 찾아간다.

 

그는 “다행히 내 환자 중에 코로나19 확진자는 없다”며 “(병원이 문을 닫지 않고) 진료와 수술을 계속했으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온상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걱정한다. 아내는 내가 바이러스를 옮겨올까 봐 무서워한다. 나도 걱정된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진이 부족해 나라도 나서야 한다. 조금 느리게 움직이면 된다”고 했다. 

 

  2019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 중인 크리스티안 슈나이. [로이터=연합뉴스]

 

슈나이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무기력함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스페인 독감·장티푸스 등 과거 전염병과 달리 치료법도 없고, 확진 여부도 알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또 프랑스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정부의 준비 부족이 여러 사람을 힘들게 했다”며 “의사들도 더는 환자를 받고 싶어하지 않아 한다. 모두 무기력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BBC도 프랑스 공공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BBC에 따르면 인구 1만9000명이 거주하는 쉐비-라루에는 슈나이를 포함해 의사가 단 3명뿐이다.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프랑스는 한 마을에 거주하는 일반 의사가 주치의 격으로 1차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치료에 안 그래도 부족한 의사들이 대거 차출되면서 의사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저는 지난 3주 동안 이탈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제가 경험하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몇 명의 환자가 왔고, 그 다음에는 수십 명, 그 다음에는 수백 명이 왔습니다.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의사가 아닙니다. 누가 살아야 하고 누가 집으로 보내져 죽음을 기다려야 할지를 결정하는 ‘분류자’에 불과합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저와 저의 동료들은 무신론자였습니다.

우리는 의사이며 과학자이기에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과학이 하나님의 존재를 배제한다고 배웠습니다.

 

저는 우리 부모님이 교회에 가시는 것을 비웃었습니다.

그런데 9일 전, 75세된 한 신부님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심각한 호흡 곤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틈틈이 죽어가는 환자들의 손을 붙잡고 성경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우리 의사들은 모두 피곤에 지쳤고 낙담했으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매일 죽어가고 우리는 기진맥진했습니다.

 

동료 의사 중 두 명이 죽었고, 감염된 다른 동료 의사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도와달라는 기도가 저절로 나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쉬는 시간 몇 분이라도 생기면 기도를 합니다.

 

비록 한때는 맹렬한 무신론자였지만, 지금은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이제 우리가 병든 사람들을 돌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함께 기도하면서 평안을 구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지만 저에게 일어났습니다.

 

어제, 75세의 신부님소천하셨습니다. 3주 동안 많은 사람들의 죽음 앞에 우리 의사들은 무너졌는데. 그 신부님은 우리에게 평안을 선물로 주고 돌라가셨습니다.

그 평안은 이제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평안이었습니다.

신부님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그리고 만일 상황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곧 우리도 그분을 따라갈 것입니다.

저는 6일 동안 집에 가지 못했습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식사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지구상에서 저의 무가치함을 깨닫습니다.

저는 제가 마지막으로 한 호흡을 쉴 때까지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비록 고통 받는 사람들과 동료들의 죽음으로 둘러 싸여 있지만 제가 하나님께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놀랍고 감사합니다.

치료제도 없이 호흡곤란과 앞으로 닥칠 죽음에 대한 공포로 최악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성경책을 읽어주며 평안을 누리도록 도와준 신부님성숙한 인간애 보면서 머리 조아려 숙연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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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달 동안 은근히 불안에 떨었다. 나 자신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면 어쩌나,

친한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면 어떻게 대해야 하나.

공포에 떨고 있는 확진자를 대할 때 범죄자 취급하며 멀리해야 하나?

아니면 평안을 누릴 수 있도록 따뜻한 문자나 마음의 평정을 찾게끔 토닥여 주어야 하나. 이탈리아 의사는 내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