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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수술 권위자’ 심영목 교수가 등산 을 좋아하는 이유

곽대감 2009. 10. 31. 23:25

폐암수술 권위자’ 심영목 교수가 등산 을 좋아하는 이유
                                      


 

 





                      등산과 폐의 관계…
 
‘폐암수술 권위자’ 심영목 교수가 등산을 좋아하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다니지만 왜 좋은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막연히 ‘건강에 좋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평소 호흡할 때 신체의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약 40%가량은 항상 남아있다고 한다. 그러나 깊은 호흡을 계속 할 때는 40%정도 남아있는 노폐물이 거의 배출된다고 한다.그게 바로 등산이 좋은 점이다. 높은 산에 올라갈 때 수 시간 동안 계속 깊은 호흡을 할 수밖에 없다. 자연을 보며 맑은 공기를 마시는 등산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체의 노폐물이 배출돼 건강에 도움도 되고, 정신까지 상쾌해지는 경험은 누구나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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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수술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삼성서울병원 심영목 교수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폐암수술의 대가, 폐암 사냥꾼이라는 평가를 받는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장 심영목(沈英穆·55) 교수가 왜 산을 좋아하는지, 등산을 자주 하는지 한번 들어보자. 그는 명실상부 국내 폐암·식도암 수술 1인자다. 그로 인해 삼성서울병원 암 수술팀은 국내에서 명성과 권위를 인정받을 뿐 아니라 암 완치율과 생존율 면에서 미국, 일본 등 세계적인 병원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삼성서울병원을, 아니 암센터를 개원 1년 만에 세계적인 병원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며 일등공신이다.


폐와 산, 산과 폐에 대해서 그를 떠올려 봤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척 상관관계가 높다. 산에 가면 폐와 심장이 좋아지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높은 산에 올라가려면 기본적으로 폐활량이 많아야 한다. 또 외과 의사는 수술해야 한다. 수술은 기본적으로 냉철함과 강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 어머니 같은 자상함과 아버지 같은 배짱도 갖춰야 한다. 이 모든 것 다 아우르는 도전정신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산과 수술, 수술과 산의 관계는 도전정신에서 시작된다. 적어도 심영목 교수에게는 그렇다. 그의 산 이야기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을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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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의 아름다운 호수에서 부부가 함께.

 

그는 유전적으로 결함(?)을 갖고 있었다. 차를 타기 전까진 몰랐다. 어릴 때부터 차를 탈 때마다 차멀미를 겪었다. 차를 타는 게 싫었다. 차라리 걸어 다니자 싶었다. 웬만한 거리는 걸었다. 중학교 때 잠시 도봉산 근처에 산적도 있는데 산을 좋아했기 때문에 산에 수시로 오르내리며 걷는 습관이 자동으로 생겼다. 차를 타는 게 싫을 정도로 가속이 붙었다. 차멀미라는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걷는 습관은 길러졌고, 걷기에 가장 좋은 산행은 시작됐다.


고교 때도 산행은 계속 된다. 경기고 시절 한 친구가 이민 간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지리산에 같이 가 우정을 나누자"고 제의했다. 4명이 동참했다. 금요일 밤 완행 기차를 타고 구례까지 내려갔다. 버스로 다시 마천으로 이동했다. 산행 출발지였다. 세석평전에서 텐트를 치고 하루를 지냈다. 텐트는 2인용뿐이었다. 두 사람은 안에서 자고, 고교생 심영목과 친구 장하성(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은 텐트 밖에서 부둥켜안고 잤다. 때는 5월이었지만 그래도 지리산이다. 지리산에서의 5월 밤 추위는 만만찮다. 겪어본 사람은 안다. 아침에 일어났다. 가슴 부근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 있었다. 추워서 엎치락 뒤치락 했지만 그래도 잠은 들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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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설악산에서 비박하며.

 

산행을 끝내고 서울로 밤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 월요일 용산역에 도착하니 새벽 4시였다. 학교로 바로 갔다. 친구 두 명은 수업 중에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양호실에 누워 자고 있었다. 잊지 못할 추억의 산행이다.


심 교수는 "힘든 일일수록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법"이라며 "그 추운 곳에 잔 경험이 지금까지 비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어려운 수술에도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힘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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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병원 산악회에서 운길산에서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산행을 즐기며.

 

고교 때의 산행은 이뿐만 아니다. 산악부 소속이 아닌 데도 3학년 때 록클라이밍을 혼자 시작했다. 의지에 가까운 우연히 계기가 됐다. 북한산에 등산가서 인수봉을 오르는 클라이머들을 봤다. 우연이다. 재미있을 것 같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도전정신이 강한 소유자다. 오르기 위해선 자일이 필요했다. 남대문 시장 가서 넓적한 낙하산 줄 40m가량을 샀다. 그걸 이리저리 묶었다. 지고 인수봉에 올라갔다. 본인의 의지다. 그래서 의지에 가까운 우연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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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바르셀로나 폐암학회에서. 뒤쪽은 국립암센터장인 이진수 박사 부부.

오른쪽은 국립암센터 폐암전문의와 그의 딸.

 

심 교수는 말한다. "무모하지만 도전정신은 무척 강했던 것 같아요. 클라이머는 퇴로가 없잖아요. 떨어지면 죽는 거고, 죽기 싫으면 올라가야 하는 외길이잖아요. 수술도 마찬가지예요. 외과의사가 일단 수술을 시작하면 수술 중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겨내고 끝내야 합니다. 어렵다고 그만둔다면 환자의 운명은 그 순간에 끝나는 것이겠지요? 수술을 안 하면 죽을 수도, 죽는 것과 마찬가지로 살 수도 있어요. 그러나 수술하면 죽을 가능성보다는 제대로 살 가능성이 많죠. 그것 때문에 수술하는 겁니다. 도전과 결단과 배짱이 있어야 해요. 나의 그런 가치는 산에서 배운 것 아닌가 생각 듭! 니다."


실제로 그는 죽음을 얘기할 때도 담담하게 얘기했다. "사람은 항상 죽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해요. 몇 년 전 고교 동창 의사 3명이 2달 사이 저 세상에 갔어요. 한 명은 흉부외과 의사였어요. 이빨 치료하면서 항생제 쇼크로 그만 갔죠. 모두 어이없어했지만 그게 인생 아닙니까. 또 다른 친구는 모임에 왔다가 가슴이 답답하다 했어요. 그 자리에 있던 친구 의사들이 '그럼 잠시 쉬어라. '고 했어요. '안 되겠다. '며 집에 간다며 나갔다 가는 길에 운명했어요. 참 얼마나 어이없어요. 하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여야죠. 모 대학 심장내과 교수는 산에 오르다 심장마비로 죽었어요. 심장전문의가 심장마비로 사고를 당한 거지요. 다른 사람들은 아쉬워했지만 난 '좋아하는 산에 오르다 죽은 게 어떤 면에서는 행복이 아닌가 생각해요. 인생은 알 수 없고, 단지 조금 조심해서 살 필요는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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